지난 [1편: 법무팀의 역할]에서는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법무팀의 다양한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법무팀이 단순히 사후 대응을 넘어 리스크를 예방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기업의 핵심 자산을 보호하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법무 기능을 수행할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무팀 구축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사실 ‘법무’ 업무는 ‘법무팀’이라는 이름의 전담 부서가 없더라도, 이미 회사 내 다른 부서의 누군가가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법무 기능을 전담할 별도의 팀("법무팀")이 어느 시점에 필요한지 먼저 살펴보고, 그 시점에 어떻게 팀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것인지를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언제 법무팀이 필요한가?
법무팀 신설이 필요한 시점은 기업의 성장 단계와 사업적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아래와 같은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업 성장 단계별 판단 기준
사업 초기 (주로 스타트업): 이 단계에서는 대표나 경영지원 담당자가 계약서의 일차적인 검토 및 체결, 법인등기 업무 등 필요 최소한의 법무 기능을 다른 업무와 함께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독립된 팀보다는 담당자가 여러 역할을 겸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중소기업: 사업이 확장되면서 계약 건수가 증가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면서 법률검토, 규제 준수나 분쟁 대응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보통 이 시기부터 경영지원팀이나 총무팀 내에 법무 전담 인력을 두거나, 기능 분리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법무팀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문 편입니다.
중견/대기업: 사업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 법적 리스크 또한 크게 증가합니다. 대부분의 중견/대기업은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법무팀 또는 법무실을 운영하며,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적 판단 기준
성장 단계 외에도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법무팀의 필요성을 고려 할 수 있으며, 일부 산업의 경우 규모가 작더라도 초기부터 법무팀 또는 법무 전담 담당자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 건수/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다양한 유형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주로 상대방이 제안한 계약서를 체결 해야 하는 경우, 계약 조건에 대한 수정 요청이 많아 법률 검토 업무량이 현저히 늘어났을 때입니다.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 사업이 확장될 때: 금융, 헬스케어, 플랫폼 비즈니스처럼 규제 준수(Compliance)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 법무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준비하는 핀테크 기업은 수많은 금융 법령을 준수해야 하며, 헬스케어 기업은 임상 및 인허가 이슈에 상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지식재산권(IP)이 회사의 핵심 자산일 때: 콘텐츠, 소프트웨어, 신약 개발 회사처럼 특허, 저작권 등 IP가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경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전담 조직이 필요합니다.
회사가 당사자인 소송 또는 분쟁이 많아질 때: 분쟁은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소모시키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면, 사후 대응을 넘어 사전 예방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법무팀이 필요합니다.
종합하면, 법무를 전담하는 법무팀은 회사의 성장 단계와 회사가 속한 산업 및 특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 시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어떻게 법무팀을 조직할 것인가?
법무팀 신설을 결정했다면, 이제 어떻게 팀의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고 기존 조직과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기존 조직에서 법무 기능 분리하기
법무팀을 조직하는 첫걸음은 기존에 다른 부서에 흩어져 있던 법무 기능을 명확히 정의하고 분리하는 것입니다. 초기 기업에서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오퍼레이션 매니저, 총무(GA) 담당자 등이 법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도의 법무팀으로 독립시킬 때는 지난 1편에서 논의한 ‘법무’의 기능들 중 어느 범위까지를 신설 법무팀의 업무에 할당할지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 우리나라의 법무팀은 주로 “법률 자문 및 컴플라이언스”, “송무 관리” 기능에 집중하고, 계약 관리나 등기 업무 등 다른 기능들은 여전히 총무팀이나 현업 부서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역할이 중복될 수 있는 총무팀과는 아래 예시와 같은 명확한 업무 분장(R&R)이 필수적입니다.
업무 | 법무팀 | 총무팀 |
---|---|---|
이사회·주주총회 | 법적 요건 및 리스크 검토 | 소집 통지, 의사록 작성, 공증 등 실무 절차 진행 |
법인 등기 | 대표이사 변경, 신주 발행 등 등기 사유의 법적 요건 검토 | 필요 서류 준비 및 등기소 접수 등 실무 진행 |
내부 규정 관리 | 전결규정, 내부통제규정 등 제·개정 시 법적 적합성 검토 | 규정의 사내 배포, 시행 관리 총괄 |
계약 관리 | 계약서의 법적 리스크 검토 및 승인 | 체결된 계약서의 보관, 만기·갱신 알림 등 운영 관리 |
컴플라이언스 | 관련 법규 해석 및 규제 대응 전략 수립 | 규제 기관 보고, 내부 교육, 모니터링 실무 지원 |
인력 구성 전략
성공적인 법무팀이 반드시 사내 변호사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무 경력이 풍부한 비변호사 전문가가 팀을 이끌고, 필요에 따라 외부 로펌의 자문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법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력 구성의 핵심은 앞서 정의한 ‘법무팀의 업무 범위’에 달려있습니다.
전문 인력 채용: 법무 중에서도 계약 관리, 송무 관리 및 채권 관리의 경우 그 중요성 및 전문성을 고려할 때 해당 분야의 실무 경험이 풍부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계약 관리의 중요성: 사업이 주로 계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계약서의 체결 여부가 영업에 있어 중요한 전제가 될 경우 계약의 체결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갱신·종료 관리, 이행 점검 등을 전담할 계약 관리 담당자를 별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원활한 계약 관리는 계약의 체결에 필요한 비효율을 제거하며, 재계약 및 채권 회수를 지원하여 영업 사이클을 단축하고 현금흐름의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계약관리 솔루션 도입의 필요성: 특히, 계약관리는 계약의 현재 상태를 추적하고, 내부 승인 절차를 관리하며, 계약 만기 및 갱신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챙기는 등 책임져야 할 범위가 상당히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사내 변호사가 직접 계약 관리를 맡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계약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법무팀이 주도하여 계약관리 솔루션(CLM, Contract Lifecycle Management)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리스크 관리의 관점이 계약서 검토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계약서상의 권리와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사후 관리'가 기업의 리스크 관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채권 관리: 원활한 채권 회수는 회사의 현금흐름에 직결적이기에 채권의 회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소액 다수의 채권을 관리하는 산업(렌탈업 등)의 경우 사업의 초기부터 채권 관리 전담자를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채권 관리 업무는 채권의 듀레이션 및 회수 여부를 관리하고, 미수 발생 시 원활한 회수를 위한 보전처분(가압류 및 가처분), 소송 및 강제집행(압류 및 추심)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게 됩니다. 국내 실무의 경우 채권 관리를 재무팀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많은 편입니다.
사내 변호사 채용 시점
그렇다면 사내 변호사는 언제 채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크게 아래의 시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내에서 상시적인 법적 검토의 수요가 높아질 때 외부 자문사를 이용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사내 노하우의 내재화의 관점에서도 사내 변호사의 채용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반복적이고 상시적인 계약 검토와 내부 법률자문 수요가 많아질 때
사업이 속한 산업의 규제가 복잡하거나 분쟁 리스크가 높은 경우
소송 등 분쟁이 많아져서 다수의 사건을 관리할 필요가 높아질 경우
상장(IPO)을 준비하며 내부 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할 때 (링크)
외부 자문사(로펌) 활용
사내 변호사가 있더라도 외부 로펌과의 협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M&A, 해외 계약 등 고난도의 비정형 계약이나 세무, 특허, 노동 등 특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외부의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자문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외부 자문사와의 협업의 경우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협업 프로세스 구축
법무 업무는 그 특성상 타 부서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명확한 협업 프로세스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회사 전체적으로도 법무팀을 사업에 제동을 거는 ‘규제 부서’가 아니라, 더 단단한 비즈니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계약 검토·승인 프로세스 설계: 현업 부서가 계약 검토를 요청하고, 법무팀이 검토·승인하며, 최종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워크플로우를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특히 계약 체결 이후 이행, 변경, 갱신, 종료 관리를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R&R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프릭스와 같은 계약관리 솔루션(CLM)을 도입하면 이러한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자동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검토 프로세스: 현업 부서의 법률 질의에 대해 법무팀이 답변한 내역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여 회사의 지식 자산으로 축적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응대 시간을 줄이고, 법무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재무팀과의 협업: 계약서에 명시된 대금 지급 조건, 세금계산서 발행 시점 등은 재무팀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계약 관련 정보가 재무팀에 적시에 공유되어야 원활한 정산 및 결산이 가능하므로, 두 팀 간의 긴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총무팀과의 협업: 앞서 논의한 것처럼 비슷한 기능을 가진 타 부서(총무팀, 경영지원팀 등)와의 업무 분장도 명확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법무팀을 언제, 어떻게 셋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적인 가이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성공적인 법무팀 셋업은 단순히 조직도를 그리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회사의 성장 전략에 맞춰 역할을 정의하고, 다른 팀과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내부 법무팀의 역량만으로는 모든 법적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법률 전문가, 즉 로펌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외부 자문사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법] 이라는 주제로, 우리 회사에 맞는 로펌을 선택하는 기준부터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노하우까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