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수준이 곧 그 회사의 수준이다."
법무팀장으로 시작해 현재는 COO로서 회사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세희님(Sam)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제품을 직접 만들거나 팔지는 않지만, 그 일을 하는 동료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 마치 <반지의 제왕>의 '샘'처럼 주인공을 업고 갈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는 것. 그것이 세희님이 생각하는 COO의 역할입니다.
법무법인 율우의 어쏘 변호사 시절, 세희님은 자신의 역할이 이미 벌어진 일을 뒤늦게 수습하는 것에 머무른다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는 비즈니스의 더 앞단에서, 문제 해결의 시작부터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한화생명 신사업팀에서 대기업의 가능성과 제약을 모두 경험한 후, 세희님이 선택한 곳은 비즈니스 고객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성장하는 조직에 가야 커리어의 성장이 있다."는 생각으로, 채널톡 박세희 COO님은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채널톡의 '고객 주도(Customer Driven)' 원칙과 '오버 커뮤니케이션' 문화 속에서, 세희님이 어떻게 ‘위대한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 비결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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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역할을 넘어 비즈니스 핵심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사내변호사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의 도전을 꿈꾸는 분
성장하는 조직에서 '위대한 팀'을 만들고 싶은 리더 및 관리자
커리어의 시작과 근원을 향한 갈증
Q.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셨지만, 비교적 일찍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로스쿨 졸업 후, 빠르게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로펌에 합류했습니다. 송무를 중심으로 형사 변호, 기업 자문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죠. 다만, 종종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곤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로스쿨 재학 당시에는 변호사 업무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피고인이라면 누구나 법조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변호인은 의뢰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싸워야 하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벌어진 일, 사실관계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응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변호사의 업무가 비즈니스 밸류체인 상에서 거의 마지막에 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때문에 비즈니스의 전선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당시는 대략 2016년 여름이었는데요, 언론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접하며 자연스레 스타트업 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바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너무 큰 변화였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결정을 했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한화생명의 스타트업 육성 브랜드 '드림플러스'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대기업 신사업 부서에서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그곳에서 어떤 교훈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합류했을 당시 제가 첫 비법무팀 변호사였고, 이후 prix팀에서 인터뷰하셨던 업라이즈 조수한 CSO님 (인터뷰 링크)도 2017년 초에 합류하시게 되었습니다. 법무팀이 아닌 각 사업팀에 소속된 변호사다 보니, 컴플라이언스를 엄격히 지키는 것보다는 빠르게 될만한 아이템을 시도해서 검증하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한화생명 드림플러스에서는 조직의 변화도 많았고, 역할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맡았던 일 중 기억이 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아이디어팜이라는 CIC에 가까운 조직을 직접 운영했던 것과, 드림플러스63이라는 한화의 금융 계열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했던 것입니다.
스타트업 육성 및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했습니다. 당시에도 물론 열심히 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해관계자들과 원만히 타협을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초기 기획 의도를 명확하게 살려서 더 뾰족하게 가져갔을 것 같고,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이터레이션을 거듭하는 더 지속적인 시도도 해볼 것 같고요.
당시 여러 팀을 거치며 PM, 사업기획, 전략투자 등 다양한 역할을 거쳤지만 커리어에 대한 의문과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신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의 변화가 회사의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었던 것 같습니다.
직무를 바꾸면 갈증이 해결될 것이라는 가설은 결과적으론 맞지 않았어요. 오히려 대기업 조직이 이미 너무 성숙한 단계에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마케팅이 맞을까, PM이 맞을까'의 고민이 아니라, 회사의 '스테이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스타트업 미디어 EO 채널에서 한기용 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성장하는 회사에 가야 커리어의 성장이 있다"는 메세지를 들었습니다. 보다 더 앞단의,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로 옮겨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필드에서의 도전: 채널코퍼레이션의 COO가 되기까지
Q. 여러 선택지 중 채널톡으로 합류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첫째, 제 머리로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둘째, 실무자를 넘어 매니저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셋째,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여야 했습니다. 채널톡은 이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곳이었습니다.
Q. 스타트업의 법무팀에서 처음 합류하셨을 때, 어떤 일부터 시작하셨나요?
채널톡이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는 법무 업무를 중심으로 일했지만, 자연스럽게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체계화하는 일들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한화생명에서 법무 업무를 했던 방식이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요, 가령, SLA와 같이 법무 검토 요청을 받으면 언제까지 기본적으로 회신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를 KPI로 삼고, 법무 요청 시 기본으로 포함되어야 할 정보를 노션 티켓으로 쓰게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리뷰를 하는 등 프로세스를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침 회사에 합류했을 때가 외부감사를 받은 첫 해였네요. 다행히 합류했을 때 재무팀에 베테랑 경력과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회계사님이 먼저 오셔서 일하고 계셨기에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도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지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잘 잡혀 있어서 회사 운영의 데이터도 잘 남아있었고, 잘 관리되었어서 법무팀 입장에서 대응이 많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부감사를 만약 받아야 할 입장이시라면 전산화와 데이터를 잘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시 채널코퍼레이션은 협업툴로 드랍박스를 사용했고, 현재는 구글 워크스페이스로 다 옮겼는데, 거기서 히스토리가 잘 남아있었기 때문에 대응이 특별히 어렵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채널톡의 법무팀의 역할과, 수행하셨던 일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합류하실 다른 변호사분들께 조언을 주신다면요?
채널톡에서 법무팀의 역할은 타 회사에 비해 조금 넓을 수도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요, Corporate / Business / Product입니다. 대략 업무의 비중이 2:6:2정도 되는 것 같네요.
Corporate Legal은 회사의 운영을 위한 법률적 지원 업무입니다. 지배구조, 주주총회 및 이사회 등 거버넌스, 법인 관리, 등기, 자본금 변동, 주주구성 변동 등의 업무 입니다. 해외 지점, 해외 법인 관리도 포함됩니다. 여기에 IR팀도 연결되어서 일을 하고 있지만 IR은 기업 가치제고를 위한 일을 하고, 법무팀은 그를 준법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Business Legal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루게 됩니다. 계약서에 대한 검토, 계약 조건에 대한 협의, 계약서 관리, 운영 정책 수립/관리 등 계약 라이프사이클 관리가 주가 되고요, 또한 신사업을 진행할 때 법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법무 검토 역할도 포함됩니다. 고객사와 분쟁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Product Legal은 제품 기획과 설계에 대해서 법적인 이슈가 없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전자상거래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규 준수를 제품 차원에서 함께 고민합니다. 이와 관련한 내부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무팀으로 처음 합류하게 되면 전체 조직에 대한 히스토리, 문화와 업무 이해도를 올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상향으로도, 동료들과도 대화를 많이 해보아야 합니다. 대표님의 기대치와 생각이 어떤지를 보고, 또 반대로 법무팀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면 타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레퍼런스를 보면서 우리의 인력, 예산, 규모를 객관적으로 제공해서 나아갈 방향을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는 것 같고요.
한편 법무팀의 주요 고객인 회사 내 동료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종종 법무팀에서 너무 완고하게 의견을 드려서 현업 부서와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 ‘나는 제품, 영업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 단편적인 법 지식이 비즈니스를 막아야 할 만큼 필수적인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입니다. 사내변호사도 법무팀도 고객 중심으로 일해야 합니다.
법무팀 입장에서 볼 때 ‘실무 부서에서 어려운 요구만 가져온다, 분명히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풀 수는 없는지를 물어본다’ 등의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법무팀은 법적 전문성을 가지신 분들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부서라서 당연히 그럴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고민 없이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관성대로 일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고, 더 심하게는 게으른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그 의견을 정말로 관철시키고 싶으면 동료를 설득하고, 교육하는 것까지도 법무팀의 역할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었고, 어떻게 대안을 낼 수 있다 등의 옵션들을 많이 만들어드리는 것이 법무팀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역할이지, 사업에 대한 의견, 전략을 같이 고민하지 않고 부정적인 의견만 피력할 경우 냉정하게 조직에서는 가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처음에는 법무팀장으로 합류하신 뒤 COO로 역할이 확장되셨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법무팀장으로 일하던 중 앞서 언급한 Corporate Legal을 맡다 보니 통상 타 법무팀에서는 맡지 않는 주주총회, 이사회 관리, 투자자 커뮤니케이션(IR) 등으로 역할이 점차 넓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COO 포지션이 공석이 되었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운영을 총괄하고 안정화할 역할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로서 리스크를 분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했던 경험이 운영 전반을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팀'을 운영한다는 것
Q. 채널톡의 COO로서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회사 내의 역할이란, 특히 성장하는 조직에서의 역할 범위라는 것은 마치 생물과도 같은 것이라 늘 달라지지만, 현재 신경쓰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전사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중요하고 더 임팩트가 큰 일이지요. 이게 전사 범위의 역할이라면, 기본적인 역할은 현재의 운영팀 – 인사(특히 채용), 재무, 법무, 정보보호, 데이터 분석, 총무, 오피스 팀을 매니징하고, 이 팀의 역할을 잘 하게 하는 것입니다.
운영팀(인사, 재무, 법무, 정보보호 등)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도록 매니징하는 것이 일단은 저의 기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CEO가 우리 팀의 채용, 법무, 재무에 신경 쓰지 않고 비즈니스와 제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CEO가 가진 추진력이라는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저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죠. 특히 채널톡은 현재 일본을 포함해서 200명 정도의 조직인데요, 이를 300명, 500명까지 성장해도 체질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조직 체계를 준비하고 중간 리더십을 잘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운영 부서의 업무도 수동적인 차원에서의 요청이 온 뒤 수행하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모두를 도와줄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인사팀에서 사람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조직을 빠르게 식별한 뒤, 좋은 코칭과 의견을 주고, 이 팀의 매니저가 아직 초보라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어떻게 더 강화시킨다던가 할 수 있겠죠. 또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Dev-Ops에서 비용을 관리하는데 고민이 있을 수 있으니까, 파이낸스에서 같이 봐준거나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Q. 세희님이 직접 소개하신 COO의 유형 중 본인은 어떤 경우인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전략의 실행자,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CEO의 멘토, 약점을 보완하는 사람, 파트너, 차기 CEO 후보)
제가 스스로 얘기하는게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운영 조직의 리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오피스, 스탭 부서라고 하는 팀을 어떻게 더 뛰어나게 만들까, 기존 멤버를 어떻게 육성하고, 맨파워 있는 분을 어떻게 모셔올까, 인력의 적절한 순환을 어떻게 만들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각 팀의 주요 과제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인 것 같습니다.
근래 드는 생각은 전사에 대한 뷰를 잃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탑 매니지먼트 팀의 일원이니 전사의 성장을 어떻게 만들까 - 현재 채널코퍼레이션에는 CEO 외의 C-level이 CTO, CPO, 그리고 COO 이렇게 넷이 있는데요. 이 중 저는 운영 전략을 담당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인사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을 모셔오고, 어떤 직원이 회사 내의 핵심이고, 어떤 분께 에너지를 더 써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있고요.
지금 제가 되어야 할 역할로 생각하는 것은 약점을 보완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보았던 미국의 HR SaaS 리플링 COO 인터뷰가 인상깊었는데요, 그 분이 보기에 리플링 CEO의 강점은 조급하고 드라이브가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게 그 CEO의 강점이었습니다. 그 핵심 요소가 없으면 성장을 하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드라이브가 강해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었죠. CEO가 사람들을 푸시하면 COO가 사람들을 챙기는 식으로 운영했는데, CEO가 타고난 그대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반대의 강점으로 보완하는 것이 최고의 파트너십이라고 하는 인터뷰가 인상깊었고, 채널톡에서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COO로서 더 발전해야 하고, 스스로도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지만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절대 먼저 물러나지는 않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월트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의 책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밥 아이거는 어떤 커리어의 변곡점에서도 본인이 먼저 뛰쳐나가는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I didn’t quit, though.”). 저는 버티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 이야기는 아니고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회사의 대표님이 그 회사 임원 분께 매우 강한 피드백을 하면서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다고 하더라고요. “나가셔야 할 때는 직접 나가달라고 할 테니까, 그 전까지는 걱정하지 말고 일하셔라.” 저는 그 말이 다른 회사에도 통용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팀이 위대한 결과를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웃음)
Q. 채널톡은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고 계신가요?
채널톡의 문화는 'Customer Driven'과 '오버커뮤니케이션'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Customer Driven'은 모든 문제의 해답은 결국 고객에게 있다는 믿음으로, 항상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 관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버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투명한 공유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소통하며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칙입니다.

(위) - 오버커뮤니케이션과 스몰톡을 장려하는 채널톡의 커피잔, (아래) Customer Driven에 대한 브랜드 굿즈. 채널톡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 아래,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일하도록 독려하며 솔직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습니다. "이런 부분에 개선이 필요해요"라는 피드백을 수긍하고 발전하는 사람은 팀에 남고, "내가 못했다고? 그럼 넌 얼마나 잘하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은 결국 팀을 떠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도 동료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른 리더로부터 '인재에 대한 생각이 너무 대기업스럽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프로페셔널이라면 당연히 알아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존의 제 생각에서 벗어나, 매니저로서 멤버 개개인의 동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로스쿨 시절 법학을 배운 경험이 현재 COO로서 팀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할 때는 어떤 사안에 대해 확고한 입장, 포지션을 갖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정치학에서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죠. 하지만 법학은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깊이 숙고하여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끊임없이 시킵니다. 로스쿨에서 그 훈련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멤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즉답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단 듣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데이터도 찾아보는 등 저 나름의 추가적인 리서치를 합니다. 바로 '그러면 안 되지'라고 판단하지 않죠. 신중함이 생겼습니다.
Q. 일을 할 때 행복과 보람은 nice-to-have이고, 좋은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글, 그리고 좋은 조직 문화란 결국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문화라는 글도 인상깊었습니다. 채널톡에서는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어떤 수단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고 계신가요?
글을 쓰고 나서도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제 생각도 조금 바뀌었는데요, 여전히 바뀌지 않은 생각은 좋은 조직문화란 어떤 피상적이거나 환상적인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가령 직원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이벤트를 하는 것 등은 표면적인 것이죠. 결국 성과가 더 중요한데, 성과를 내기 위해서 '행복과 보람'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동기가 명확한 사람에게는 성과에 대한 압박을 더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동기가 떨어진 사람에게 그 사람의 이유를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는 것은 퇴로를 막고 절벽으로 미는 것과 같아요. 숨통을 열어주고 푸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팀원 한 명 한 명이 왜 이 팀에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계속 함께 찾아가려 노력합니다.
팀원이 왜 지쳐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듣고 파악해야 합니다. 성장의 기회가 부족하다면 더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거나 포지션을 변경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리더십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마치 변검(變臉)을 하듯 직원 개개인마다 상황마다 그에 맞는 솔루션을 드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니저로서 저도 매일 시험을 치르는 기분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멤버들에게 많이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정
Q. COO 박세희를 거쳐,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문제'를 풀고 싶으신가요?
지금은 온전히 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 채널코퍼레이션이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저의 목표는 좋은 인재를 더 많이 모시고, 그들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채널톡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소프트웨어'가 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기업이 '채널톡 없으면 도무지 일이 안 된다'라고 말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제 회사 닉네임이 <반지의 제왕>의 '샘(Sam)'인데, 그 이름처럼 살고 싶습니다. 저는 반지를 직접 나를 수는 없지만, 반지를 운반하는 주인공 프로도를 업고 갈 수는 있습니다. 제가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파는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동료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팀을 단단하게 만들고 운영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습니다.
저는 '운영의 수준이 그 회사의 수준'이라고 믿습니다. 운영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하방을 막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입사와 퇴사, 리소스 배분 등 회사의 체력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운영팀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운영 조직이 단순히 지원 부서가 아니라,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