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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책임을 힘으로 | 업라이즈 조수한 CSO님의 커리어 여정과 3년간의 위기 대응기

입사 9일차에 마주한 루나-테라 사태, 3년 위기 대응기

2025년 7월 8일

위기를 기회로, 책임을 힘으로 | 업라이즈 조수한 CSO님의 커리어 여정과 3년간의 위기 대응기

만약 여러분이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데, 들어간 지 2주일 만에 시장에 큰 악재가 발생해서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이제 회사 사람들을 조금 알아가고, 업무를 하나씩 맡게 되는 시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가 던져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조수한 CSO님은 이 질문에 대해 행동으로 답했습니다.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 않은 일일지라도 본인의 할 일을 다하고, 고비를 넘긴 이후에 돌아보았을 때 초연히 '이제 한 고비 넘겼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시작이다' 라는 말을 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 쉽게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한화생명 미래혁신부문에서 시작해 카카오뱅크를 거쳐, 현재는 업라이즈에서 CSO와 법무를 겸임하고 계신 수한님의 커리어는 변호사가 법무가 사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특히 입사 9일차에 마주한 루나-테라 사태는 예상치 못한 시험대였습니다. 3년간 이어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수한님은 사내 법무 담당자를 넘어 회사의 생존을 책임지는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했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고 표현한 업라이즈에서의 경험은 '말벌 여왕이 겨울을 혼자 견디며 새로운 집을 짓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한님은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을 운영할 줄 아는 변호사, 위기 상황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경영진으로 거듭났습니다.

수한님의 이야기는 변호사가 법무라는 전문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위기를 발판삼아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자세가 어떻게 개인과 조직 모두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법무뿐만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영진으로 성장하고 싶은 사내변호사
-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과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는 분


주요 금융사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사내변호사


Q. 사법연수원 수료 후 로펌보다는 바로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셨어요. 당시로서는 드문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판단 기준이 있으셨나요?

지금은 젊은 변호사분들이나 변호사를 준비하는 분들이 사내변호사의 매력에 대해 이미 잘 알고 계시고 로망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그만큼 인기가 좋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저 자신이 원래는 법관을 목표로 했습니다. 제 성격이나 관심사, 이루고 싶은 바도 법관 직역이 조금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사법연수원에 재직하던 중 휴직하고 입대를 했고, 그 시기에 결혼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잘 살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아내와 시간도 많이 보내야 할 것 같고...생각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두 가지였는데요. 첫째는 사법연수원 4학기 변호사 실무수습을 두바이에 있는 LG전자 두바이 법인에서 2개월 동안 하게 되었는데, 계속 긴장된 삶을 살아오다가 사내변호사로서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경험하면서 법조인으로서 기업에서 지내는 삶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한화생명 미래혁신부문이라는 신사업 부문에서 저에게 오퍼를 준 것이었어요. 법무팀 변호사로 뽑는 게 아니라, 금융계열사 전체의 신사업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조직에서 일할 기회를 준다는 게 흔치 않았거든요. 2018년경에는 그런 목표를 가진 조직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변호사로서 색다르게 일할 기회가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Q. 한화생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미래혁신부문의 전반적인 법무와 기획에 참여했습니다. 금융계열사의 공동 브랜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보험과 증권의 새로운 product들을 만들어내고, 세상에 없거나 금융사로서 도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일에 투입되면서, 금융사업은 물론 비금융 신사업 전반의 법무 검토와 기획에 관여했습니다. 동시에 Open Innovation 조직 소속으로서 드림플러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서도 업무를 했어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부문의 각 프로젝트들이 중요한 과업을 추진하기 위해 저와 논의하고자 하고, 필수적인 요원으로 인정받아감을 느낄 때 뿌듯했습니다. 400명, 500명 조직으로 성장하는 동안 각 조직과 TF들과 긴밀히 교류하여 함께 성장하고, 거기 계신 모든 분들이 마치 제 고객인 것과 같이 함께 일하고 호흡을 맞춰갔습니다.

Q. 그 과정에서 헤이비트(현 업라이즈)를 처음 만나게 되신 건가요?

네, 2018년에 핀테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몇 기수 진행했는데, 헤이비트가 그 프로그램에 들어왔습니다. 디지털자산 퀀트 트레이딩 역량을 개발하는 회사였고, 카이스트 출신의 좋은 경영진과 레코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정하는 과정에 제가 참여했는데 좋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실제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조직 내부 심사 결과도 유망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 때 헤이비트를 알게 되었고, 직접 합류하는 인연은 2022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안정에서 도전으로, 카카오뱅크와 업라이즈 합류


Q. 한화생명에서 카카오뱅크로 이직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한화생명에서는 금융과 비금융 사업 여러 측면에서 실험을 하는 조직이었고, 금융계열사의 전체적인 방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조직이어서 너무 재미있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 포지션이나 평판도 안정화되어 가고, 굉장히 편하게 일하고 있었을 때쯤 카카오뱅크에서 영입 제의가 왔습니다.

2020년에는 카카오뱅크가 IPO 전이었고, 조직이 막 팽창하기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갖고 있던 로망이 크게 작용했어요. 최초로 공인인증서를 없앤 은행이고, 카카오라는 강력한 IP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도성장하는 곳이어서 정말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은행이었죠. 은행인데 혁신을 주도하는 느낌에 매료되어 있었고, 객관적으로도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Q. 카카오뱅크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법무팀에 소속되어서 일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초기에 속했던 재직 기간 동안, 신사업도 있지만, 운영상 필요한 것들, 분쟁이 생겼을 때 대응하는 것들, 금융회사니까 금융당국에 대응하는 것들을 굉장히 루틴하고 운영적으로 체크가 필요한 법률문제들을 다루었습니다. 조직별로도 기술 조직, 서비스 조직(신사업), 비즈니스 조직(여신, 수신, 외환, 지급결제), 재무, 총무, 회계 조직의 일들을 두루두루 살폈죠. 법무 검토하고, 소송 관리하고, 감독기관 대응하고, 압수수색도 대응했습니다.





Q. 그러다 업라이즈로 이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카카오뱅크에서도 준법감시인과 법무팀장님 모시고 일하며, 동료 변호사들과 같이 일을 나누고 서로 조언하면서 하루하루 일하는 것에 대해서 안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2년 봄에 잊고 지내던 헤이비트에서 영입 제의가 왔습니다.

한화생명에서의 경험도 있었고, 평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일할 수 있는 20년 정도의 커리어 슬롯 중 어느 시점에 스타트업에서 일할까도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좋은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스타트업에서 펼칠 기회가 있다면 옮길 의향이 있었는데, 마침 과거 인연이 있던 회사에서 절 불러주어서 고민 끝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입사 9일차에 마주한 위기, 루나-테라 사태


Q. 업라이즈 입사 직후 루나-테라 사태를 겪으셨어요. 당시 업라이즈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사건 당시부터 지난 2년 이상은 루나-테라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극히 자제하고, 답변드리지 않는 방침을 갖고 있었는데, 현재는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보니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에서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의해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고 영업하게 되었고, 일정부분 금융회사와 동일하거나 특화된 자금세탁방지 및 정보보안 규제를 적용받게 되었어요.

업라이즈는 당시 해외 거래소를 통하여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를 했는데, 해당 거래소가 한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는 한 저희도 같은 방식으로는 한국에서 업을 영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당시 국내에서는 법률상 허용되는 신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외에서 운용업을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전환기에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여 시장의 호재와 운용 역량이 잘 작용하여 사업상 성공을 맛보고, 대규모의 시리즈 C 투자도 받는 등 회사가 전반적으로 순항하던 중에 2022년 5월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큰 손실을 보게 되었어요.

Q.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그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그 날은 제가 입사한 지 9일차였기 때문에 저로서는 고객 자산 손실로 인해 회사의 평판 저하와 감독기관이 추궁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즉 우리 회사는 적법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약의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였으며,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운용과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보유하였다는 걸 설명하는 것, 운용상 과실이 없다는 것, 언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법무담당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결정은 고객에게 보상을 실시하자는 것이었어요. 당시 시리즈 C 투자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었고, 회사 평판이 좋은 상황에서 고객 자산의 손실에 의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보상을 실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우리 기업이 공개된 것이라는 책임감과 투명성에 입각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고객 친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비트버니의 '버니'와 찍은 수한님의 사진.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원동력


Q. 9일차에 합류해서 회사의 위기를 정면으로 맞서셨는데, 저라면 도망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한님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실제로 어느 임원이 농담 삼아서 "수한님은 오른쪽 주머니에 항상 사직서 넣고 다닌다면서요? 빨리 도망가셔야죠"라고 하기도 했어요.

저는 카카오뱅크를 퇴사하며,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일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상황이었으므로, 입사 직후라 해서 쉽게 포기하고 다른 자릴 찾아가겠단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이 일을 해결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결심한 바를 원하는 결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입사 1년 차에는 제 시각에 잠이 든 적이 드물었습니다. 다만 제가 한 선택을 실패로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Q. 그 책임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극적인 상황이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위험 상황에서 회피하기보다는 저와 동료의 힘으로 돌파하여 불확실성 속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도전의식이 발동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위해 치열하게 읽고 습득하고 대화하고 체크하려 노력하고, 회사일에 바로 대응될 수 있는 뾰족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제가 좋아하는 강상원 대표님 인터뷰도 읽어봤는데, 시스템과 신분이 보장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스스로 나오고 개업하여 3년간 200건 정도의 사건을 수임해 밤낮없이 일했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저는 거기에서, 남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상원 대표님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확실하고 난감한 상황에서도, 뭔가 약간 더 편하고 좋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클래스를 낮추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느껴졌는데, 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마음만큼은 기업과 관련하여 어떤 경우에도 일을 해낼 줄 아는 변호사가 되고 싶고, 어떤 경험을 해도 제 자신의 자양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3년 전이 지금보다 패기가 더 있었던 것도 맞구요. (웃음)

Q. 3년간의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성격이 다른 여러 측면을 동시다발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의 책임으로 루나-테라 사태에서 대응해야 할 측면이 대여섯 가지는 되었어요. 언론, 감독기관, 사정기관(수사기관), 고객, 주주, 일반인까지 여러 측면에서 회사의 위험을 관리하고 직접 대응해야 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사고의 본질이 계약 위반이거나 법 위반으로, 감독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눈여겨볼 이슈로 오해되거나 비화되지 않도록 쟁점을 관리하고, 주주에게는 계약에서 정한 주주와의 약정 및 투자 과정에서의 진술 사항에 위배되는 점이 없는지 면밀히 체크했습니다. 고객에게는 운용 과정에서의 의혹을 해소하고, 회사의 진정성을 충분히 어필해야 했습니다. 모든 사항이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결과가 나올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누구에게든 끈기와 마인드컨트롤도 필요했습니다. 사실관계와 쟁점을 장악하고 구두로 표현하는 모든 표현을 정제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었습니다.

Q. 너무 큰 고생을 하셨네요, 만약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도 있나요?

다시 돌아가도 이것보다 잘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정말 치열하게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변호사로서 업무 시간을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플러스 알파를 만들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커뮤니케이션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능동적으로 정말 치열하게 3년을 바쳤어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일을 해온 그 경험을 전부 쏟아부어서, 저를 뾰족하게 만들었어요. 마케팅, PR조직 지휘하고, IR조직 지휘하고, 제가 직접 선수로 뛰고, 서면 쓰고, 법무법인이랑 결론 만들어내고 모든 과정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위기 주도 성장, 업라이즈는 이제 다시 시작


Q. 위기 대응 경험을 통해 변호사로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전사적인 전략과 조직 관리를 해 오면서 다른 분들에 비하여 기업인들과 같이 호흡하는 경험이 늘어나고, 조금씩 경영이 친숙한 변호사로 일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목표에 맞게 살림을 꾸려가고, 회사의 비전에 정렬하여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직업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경영을 모두 하라고 하면 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파트너로서는 회사를 함께 경영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기에 어떤 판단을 해야 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됨으로써 책임감을 느끼고, 그 무게감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Q. 3년간의 치열한 대응을 마무리하신 소감은 어떠세요,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셨나요?

소송을 끝내고 나서 저희 대표님도 종종 다른 분들로부터 같은 질문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도 받고 주변 분들한테 중요한 사건 끝나서 한시름 놓으셨겠다는 얘기 종종 듣는데, 대표님께서는 "어차피 이거 하나 끝났을 뿐이지, 다음 할 일이 너무 많다" 고 답변하십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저희 조직은 항상 눈 앞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거의 모든 일들이 저의 조언이나 결정을 거쳐야 하기도 합니다. 작은 조직인만큼 기능적으로 특정한 과제가 배당되어 거기에 집중하는 직책이 아닌만큼, 과거의 성과는 한 숨 돌리는 의미 이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회사가 출혈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영속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무슨 일을 해야 될까, 규제 영향도가 높은 환경에서 서비스 매출을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주주와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변경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주어지기에 딱 잘라 쉴 수는 없고... 결국 회사의 실적을 호전시키게 되면 한 장이 마무리된 느낌이 들며 조금 쉴 것 같아요.


업라이즈에서 만든 '비트버니' 앱,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스타트업 법무의 현실과 생존법


Q.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법무 업무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세 회사가 다 달랐어요. 한화생명 미래혁신부문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실험하는 신사업 조직이었는데, 변호사인 제가 일하는 방식 및 조직과 소통하는 방식을 정립하며 가장 신뢰받는 요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이었고, 카카오뱅크에서는 탄생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안정화된 법무조직 속에서 혁신과 사업 안정성을 견인하는 담당자 1인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업라이즈에 대해서는 최근 들었던 생각인데, 말벌에 약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벌 군집에서 일벌인 말벌들은 겨울이 지나기 전에 전부 죽고, 여왕벌 한 마리만 남겨둔다고 해요. 여왕벌이 혼자 월동을 하며 살아남고, 봄이 되어 혼자 알을 낳고 집을 짓고 혼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저의 일하는 모습이 약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체계와 조직을 빌드업함과 동시에 즉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법무)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1인 조직으로 시작하여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법무체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다음 사람을 채용하여 함께 단단히 다져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업라이즈는 시리즈 C 단계에서 변호사를 처음으로 뽑았기 때문에, 업력과 회사 규모에 비해 법무는 초기 기업과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Q. 스타트업에 합류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스타트업에 오려고 마음먹은 변호사 분들이라면, 이미 고된 일에 부딪힐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니까 제가 조언드릴 게 없습니다. 다만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수용적이고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회사생활의 절반은 리서치와 서면 작성이 아닌 누군가(동료, 제휴사, 고객)와의 커뮤니케이션이고, 혼자 옳다고 주장하거나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최종적으로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없습니다. 원칙과 심려에 의하여 법무적으로 세운 기준이 수용되지 않는다고 무시 당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유연한 태도로 일해야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갖춰진 금융회사 출신의 변호사가 만약 이제 막 시작하는 핀테크나 디지털자산 관련 스타트업에 온다고 하면 그 기준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스타트업은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디테일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역량의 부족인 경우도 있지만 선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엄격한 기준을 내려놓되, 가장 높은 기준과 규제 상황에서도 법무 담당자로서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은 뾰족하게 유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본인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에 대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법학회와 전문성 확장


Q. 블록체인법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법학회에서 이사로서 정기 세미나와 스터디를 맡고 있습니다. 정기 세미나를 비롯한 연구활동을 기획하고 조직하고 실행하는 역할입니다.

법학회는 블록체인 기술, 가상자산사업, 웹3 생태계 세 가지 모두에 관심을 갖지만, 현재는 규제 필요성과 민감도가 높은 가상자산사업 분야의 규제 연구 빈도가 약간 높습니다. 거래, 커스터디, 보관, 매매, 투자, 채굴 등의 활동들은 금융 시스템에 포섭되거나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현상으로 볼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현실에 존재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법체계에 빨리 도입해서 안정화시켜야 하거든요. 그 제도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게 법제화이고, 블록체인법학회는 이 업계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 어떤 제도와 법이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학회입니다.


블록체인법학회의 이사진과의 사진 촬영, 조수한 CSO(왼쪽에서 세 번째)


Q.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도 지금 고민이에요. 체력이 달리기 시작하고 업무 시간 자체가 상당히 길어요. 일의 가짓수가 많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떤 건 디테일을 엄청 챙겨야 되고, 어떤 건 대전략을 만들어야 하고 해서 일의 범위도 넓고, 할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블록체인법학회에 많이 관여되어 있어서 남는 시간을 법학회 활동에 쓰는 비중이 높다 보니, 그 덕에 조금 얻어가는 정도입니다. 점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가는 입장이다 보니 저 역시도 고민거리인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동료들 및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동료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


Q. 비슷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법무 담당자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하다 마는 것과 같은 어지중간한 태도는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상황판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작하여 주도적으로 팀빌딩하여 잘 마무리하거나, 필요한 리소스를 정확히 측정하고 적임자에게 넘기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할 때 마음을 단디 먹고 할 필요가 있고, 마무리를 제대로 못 짓고 어설프게 관여하고 마는 것은 본인의 평판에도 좋지 않고 회사에게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회사생활에 따라서는 조직의 생애주기에 따라 적절히 발을 담갔다 떼거나 이직하면서, 경력에 포함시키고 일의 해결에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이미지를 챙기는 일도 가능합니다. 다만, 기업에서는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혼란상을 수습하는 역할까지를 변호사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률가로서의 책임감을 잘 발휘하는 판단과 용기(삼가 물러나는 용기까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혼자서 법무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의 변호사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주시겠어요?

연차가 있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어느 조직의 유일한 책임자로 일을 하려면 실무 역량과 태도라는 모든 측면에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무 역량이 부족하면 외부 자문기관이나 조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자신이 직접 실무를 챙기려는 태도가 부족하면 팀원을 채용할 때까지 손을 놓고 소극적으로 일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당면 과제를 해결해내는 게 중요한 것이고, 본인이 좋은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께서 그러한 체계를 혼자서도 어느 정도 구축할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채용하려는 회사들의 JD를 보면 '~영역에서 완결성 있는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는 문구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점을 짚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꾸준함이 만드는 차이


Q. CSO로서 업라이즈와 함께 이루고 싶은 중장기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업라이즈의 중장기 목표는 턴어라운드에요. 영속기업으로 다시 일어나는 것이죠. 시리즈 C 밸류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까지는 지금 바라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턴어라운드해서 업라이즈가 스스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해서 유보금을 조금씩 쌓으면서 안정화되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대표님만의 역할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지금 커리어 방향을 고민하는 변호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점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가는 입장이다 보니 저 역시 고민이 있기는 합니다. 몇 년 전 생각하던 저의 경로와, 지금의 현 주소가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가야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다만 변호사로서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법무책임자에게 요구하는 역량 레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가진 특장점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은 의미로, 항상 공부하는 변호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변호사님들이나 자신의 강점과 부족한 점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으니만큼, 어느 시장과 어느 업계가 유망할지를 보기보다 스스로 항상 노력하고 부족함을 채우며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의 벽이 있을지라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퍼포먼스를 내고 요구 수준을 맞출 수 있는 본인의 클래스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어디서든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먼 저로서도, 이를 새기며 계속 매진하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2025년 6월 17일 업라이즈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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