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고객의 언어로 법률을 '통역'하다 | 법무법인 최선 구영한 파트너 변호사님의 성장기
김앤장, 유니콘 스타트업의 사내변호사, IT 기술 회사의 COO를 거쳐 쌓아 올린 ‘진짜’ 신뢰의 여정
2025년 8월 1일

'정답'을 말하는 변호사는 많습니다. '통하는' 말을 하는 변호사는 드뭅니다.
우리는 흔히 유능한 변호사를 '법률 지식'의 깊이로 판단합니다. 더 많은 판례를 알고, 더 논리적인 법리를 제시하는 사람을 신뢰하곤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 '정답'이 언제나 통했던가요?
여기, 그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김앤장에서 요기요, 컬리의 사내 변호사, 그리고 AB180의 COO까지. 법무법인 최선 구영한 파트너 변호사의 커리어는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통하는 말'을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법률 의견을 주던 변호사에서, 직접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되고, 법무팀의 보고를 받는 COO의 자리에 서 보면서 그는 '좋은 변호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본인의 정의를 써내려 갔습니다. 법률과 비즈니스를 이어 가며 책상 위 법리가 아닌 현장의 언어를 익혔습니다.
스스로 고객이 되어 외부 로펌의 조언을 받아보고, 경영진으로서 회사를 운영해본 그의 경험은 한 가지 확신을 주었습니다. 결국 신뢰와 승리를 만드는 힘은 '통역'에서 나온다는 것.
법을 고객의 언어로 통역해 사업의 무기로 만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변호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가치라고 그는 말합니다. 변호사의 조언이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비즈니스를 승리로 이끄는지, '통역사 같은 변호사' 구영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인터뷰이 프로필
구영한 법무법인 최선 파트너 변호사
학력
- 명덕외국어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최우등)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우등)
경력
- (前) 김ㆍ장 법률사무소
- (前)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법무팀
- (前) 컬리 법무팀
- (前) AB180 최고운영책임자(COO)
- (現) 법무법인 최선 파트너 변호사
Q. 김앤장에서 오랜 시간 공정거래/딜 및 기업 법무를 담당하셨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A. 로스쿨 시절부터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김앤장의 특징 중 하나는 변호사가 한 팀에만 소속돼서 일하지 않고 여러 팀을 오가며 다양한 사건을 맡는다는 건데요, 저도 한 번에 수십개 팀에 속해 있으면서 많은 사건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공정거래는 사실 어떤 회사에서든 문제가 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 법무 전반으로 업무가 뻗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Q. 공정거래를 담당하실 때 어떤 사건을 많이 다루셨나요?
A. '공정거래'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담합인데요, 실제로도 담합 사건을 많이 다뤘고,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처럼 지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도 자주 다뤘습니다. 가장 큰 업무 중 하나는 기업결합인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M&A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형 딜에서는 늘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였습니다.
Q. 김앤장에서 요기요 사내 변호사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김앤장에서의 업무 강도가 높았긴 하지만, 그게 이직의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 2년차 때 힘들었던 것에 비해 4, 5년차가 되니 업무도 익숙해지고 수월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로펌에서 고객사의 사내 변호사로 파견 근무를 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김앤장에서는 기업에 인하우스(사내) 변호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을 때 변호사를 파견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저도 그런 기회로 제약회사인 한국노바티스에 3개월간 파견을 가게 됐어요. 그때 처음으로 인하우스의 세계를 경험하게 됐고, 현업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재밌고, 저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로펌에 있을 땐 늘 대리인의 위치에서 조언을 드렸기 때문에, 그 조언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드린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도 있었고요. 반면 인하우스에서는 그 모든 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직을 고민하게 됐고, 그때부터 '현업에 가까운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물론 본인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긴 합니다. 맡은 일을 잘 끝내는 것에 만족하는 대신, 오너십과 관심을 가지고 더 찾아보고,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했다면 현업의 상황에 대해 더 알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한 회사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의 많은 프로젝트를 처리해야 하다 보니, 파편적으로 바빠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직할 회사를 고를 때 세웠던 기준 중 하나는 '대기업은 가지 말자'였습니다. 대기업은 조직이 크고 전통이 깊다 보니 오히려 현업과의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바랐던 건 작고 린(lean) 한 조직에서 현업과 밀접하게 일하는 거였거든요. 마침 그 시점에 제가 김앤장에 있을 때 배민과 요기요 간의 딜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요기요에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요기요는 당시 독일 스타트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자회사였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스타트업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고, 저한테 딱 맞는 선택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앤장 퇴사하던 날(위)과 요기요 퇴사하던 날(아래) - 복장부터 상당히 다르다]
Q. 요기요 이후 컬리에서도 사내 변호사로 일하셨는데, 고객이 수천만 명 단위인 서비스에서 두 번이나 일하신 셈이에요.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요기요와 컬리는 정말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라서 민원과 분쟁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늦게 왔다든지, 배달 팁을 줄이기 위해 강남역으로 주소를 써놓고 실제로는 교대역으로 와달라는 어뷰징 사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로펌에 있을 땐 절대 접하지 못할 날것의 일들이었죠.
기억에 남는 큰 사건을 생각해 보면, 컬리에서의 전통주 새벽 배송 서비스 런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술 관련 규제가 정말 디테일하고 복잡해서 법무적으로 챙겨야 할 게 많았거든요.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서비스가 시장에 전혀 없었고, 런칭 일정도 굉장히 타이트했습니다. 법령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팀이 다 같이 노력을 쏟아 런칭 준비를 했고, 결국 목표한 시간 내에 런칭했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고객님들이 연말 파티에서 전통주를 새벽배송으로 즐기실 수 있었으면 했다. 목표했던 연말 전 런칭을 마치고 맞이한 컬리에서의 연말.]
Q. 이후에 AB180에 COO로 합류하게 되셨는데,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에서 겪으셨던 어려움, 혹은 성장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AB180은 직무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도 새로웠습니다. 제가 기존에 경험했던 회사들은 다 B2C였는데, B2B 회사에 가게 되니까 세일즈, 회사 구조, 팀 구성 등등 정말 많은 부분이 달랐습니다. 특히 B2B에서는 회사의 제품을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AB180의 마케팅 솔루션은 디테일한 마케팅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관련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책도 많이 읽었고요.
특히 입사한 해에 회사가 처음으로 외부감사 대상이 되었어요. 외부감사 대응은 정말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고, 기존에는 투자자나 내부 확인용으로 쓰이던 재무제표를 공시하게 되니까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기존 재무 팀원들이 퇴사해서 히스토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입사하기 이전 자료까지 정리해야 했고, 동시에 공개된 회사가 가져야 하는 외부감사의 중압감과 내부 품의 등 회사의 운영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다른 팀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재무팀 구성 과정에서 채용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습니다.
COO로서 근무하면서는 법무보다 다른 일의 비중이 컸던 것 같습니다. 세일즈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지, 채용 프로세스는 어떻게 짜야 하는지 등 정말 다양한 고민들이 있었죠.
그러면서 제 안에서 경영진으로서의 자아와 변호사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경험을 했어요. 저에겐 변호사로서의 자아가 있고, 경영진으로서의 자아도 있는데 그 두 개를 잘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특성이 너무 달랐고, 그 두 가지를 같이 잘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법조인은 리스크를 탐지하고, 구조화하고, 최소화하는 게 업무의 본질이에요. 그래서 리스크를 잘 탐지하는 게 좋은 변호사의 자질인거죠. 반면에 경영자는 어느 정도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마인드가 더 필요합니다. 당연히 법에 위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되겠지만, 확률이 51 대 49만 되더라도 일단은 가보자는 마인드가 중요하죠.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되게 상반되는 역량인 것 같아요. 당시 저는 COO이자 법무 리드이기에 이러한 내적 충돌을 계속 겪어야 하니까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훌륭한 경영진이라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과감히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고, 훌륭한 변호사라면 리스크를 찾아내고 최소화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둘 사이에서 확실히 한 쪽을 택하지 못하면, 애매한 경영자 혹은 애매한 변호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애매한 경영진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변호사 중에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데 상당히 유연한 편이지만, 이를 넘어 아예 경영자로서 그 리스크를 직접 안고 끌고 가는 역할은 제게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회사를 위해 리스크를 진단하고,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조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까지는 자신 있지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방향을 결정하고 이끄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고, 여전히 고민이 되었던 것 같아요.

[AB180에서의 마지막 회식과 팀원들이 선물해준 케이크]
Q. AB180에서 나오신 후에도 다른 회사로 가는 선택지가 있고, 지금의 법무법인 최선으로 오시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왜 다시 법률사무소로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AB180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역할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저는 좀 더 외부에서 뾰족하게 의견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사내 변호사는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외부에서 A라는 의견을 들었고, 내부에서 B라는 니즈가 있을 때, 그 둘을 잘 조율해서 화합을 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죠. 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고, 이게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그보다는 한쪽에 집중을 해서 법률 전문가로서 좀 더 명확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여러 조직을 경험했으니까 예전처럼 법 얘기만 하는 조언이 아니라 현업의 니즈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실질적이면서 뾰족한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제 커리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싶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제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장 상황이나 조직의 방향, 경영진의 생각에 따라 내가 맡게 되는 일이나 나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기도 했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내 인생과 커리어를 좀 더 내가 주도해서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Q. 사내 변호사, COO의 길을 거치면서 김앤장을 떠났을 때에 비해 어떻게 바뀌셨는지 궁금해요.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김앤장에 있을 때는 제 시야가 많이 좁았던 것 같아요. 김앤장에 계신 분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저는 생각의 폭이 한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조직을 겪으면서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저는 변호사가 통역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규제 기관은 규제 기관의 언어가 있고, 기업은 기업의 언어가 있고, 그 안에서도 경영진의 언어와 실무자의 언어가 다 다르거든요. 법무팀의 언어도 따로 있고요. 비단 회사에서만 그런 건 아니고, 변호사라는 업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송을 한다고 하면 원고랑 피고가 서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그런 말을 하게 된 맥락이 있고 이유가 있어요. 상대의 맥락이 뭔지 이해를 해야 소통이 되고, 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이 이기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의도를 알아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변호사가 먼저 당사자들의 말을 온전히 이해한 다음, 이를 통역해줌으로써 당사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해결책으로 나아가기 위한 타협과 조율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김앤장에 있을 때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다양한 언어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더 많은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가에 대한 생각도 더 열린 것 같아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정말 확장성이 있는 직업이에요. 할 수 있는 역할도 너무 다양하고,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정말 어디로든 확장이 가능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최선 구영한 변호사]
Q. COO의 관점에서 법무팀을 바라보는 것과, 로펌에서 사내 변호사를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시선일 것 같습니다. 경영진과 외부 로펌 각각의 입장에서 볼 때, '함께 일하고 싶은 법무팀'은 어떤 걸까요?
A. 외부 로펌의 입장에서는 맥락을 잘 전달하는 법무팀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에 질의를 맡기기는 하지만 어떤 정보가 필요할 것이란 것을 미리 생각하고,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서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외부에서는 아무래도 제공되는 정보에 의존해서 검토 의견을 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과 깊이, 디테일이 자문 의견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C 레벨의 입장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법무팀은 리스크를 진단하는 팀이니까 법에 안 되는 것을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법 위반이다"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반 시 실질적인 불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대안은 어떤 게 있는지 제시해 주면 일하기 좋은 법무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무 부서와 잦은 마찰을 겪는 법무팀도 있습니다. 이 역시 '다른 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실무 부서와 법무 부서 모두 일을 잘 해보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법무팀에서는 '왜 현업에서 말도 안 되는 요청을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법률적 지식을 잘 알았으면 그분이 법무팀에 계셨겠죠. 그래서 가끔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요청이 들어올 수 있는데, 열린 마음으로, 한 팀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식을 가져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상대방의 말이 당장은 이해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즐겁게 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실무 부서 또한 법무팀이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 회사에서 위약금을 1억 원으로 넣자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만으로는 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위약금 조항 삽입 여부는 비즈니스적 판단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이 불리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죠. 하지만 10억 원짜리 계약이라면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용할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법무팀이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시면 '이러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진행하세요'와 같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의견을 드릴 수 있죠.
Q. COO로서 외부 로펌에 자문을 의뢰하는 고객의 입장도 되어보셨어요. '이 로펌의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라고 느꼈던 경우는 어떤 경우였나요?
A. 앞 질문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 추가적인 조언을 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고객으로서 로펌에 자문을 구할 때도, 보통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는 이미 알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로펌에서는 다른 회사들의 케이스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니, '실제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소명하고 막을 수 있는지' 등이 궁금해서 맡기는 건데, 거기까지 못 가면 실망스럽죠. 그냥 '법적으로 불가능하다'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까지 같이 이야기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법률'과 '비즈니스 운영' 양쪽을 모두 경험하신 것이 영한 님의 특별한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고객의 문제 해결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셨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최근에 어떤 고객사의 자문을 요청받았던 일인데, 이용자로부터 클레임이 접수됐는데 검토해 보니 이게 정말 명확하게 법 위반이라고 보기도, 아니라고 보기도 어려운 그레이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외부 대응용, 내부 참고용 답변을 따로 드렸어요. 외부 대응용에는 "계약이 이렇게 되어 있고, 이렇게 운영된 정황이 있으니 위법이 아니라고 설명을 드리면 좋겠다"라고 정리해 드렸고요. 내부용에는 "완전히 리스크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개선하면 더 좋겠다"라고 방향을 제시해 드렸어요.
저는 이런 답변이 '법률'과 '비즈니스' 양쪽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법만 알면 '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드라이한 '정답'을 말씀드릴 수는 있지만, 그 '정답'을 받아본 분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막막함을 느낄 수 있거든요.
Q. 지금은 개업 변호사로 일하고 계시고, 기업 법무뿐 아니라 개인 사건도 다루셔야 할 텐데요. 개인 민/형사 사건은 타 로펌들과의 경쟁도 치열하고, 범위도 넓을 텐데 어떤 강점이 있으신가요?
A. 개인 사건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나 가맹점 분쟁처럼 개인이지만 사실상 기업 상대의 문제에 가까운 사건들도 있어요. 저는 요기요나 컬리에서 수많은 분쟁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서, 이런 류의 케이스들에 익숙하고 이해가 빠른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지, 어떤 이해관계가 작용하는지 등을 잘 알고 있다는 건, 많은 개인 사건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가맹점주분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맡았는데, 제가 요기요나 컬리에 있을 때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 상황을 많이 접해봤거든요. 그래서 어떤 점에서 분쟁이 발생하는지, 본사는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는지, 점주분들 입장에서는 어떤 논리를 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명을 쉽게 합니다. 이것도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본 경험 덕에 쌓을 수 있었던 능력인데요. 어려운 법률 용어 대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 드리고,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되고, 이렇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요" 식으로 정리해 드리면, 고객분들도 훨씬 신뢰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건 맞지만, 제가 그 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이나 소통 능력이 제 강점이고 무기라고 생각해요.
Q. 영한님이 생각하시는 '법무법인 최선'의 법률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최선'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A. 많은 경우, 의뢰인분들이 본인이 정확히 뭘 물어보고 싶은지를 잘 모르고 오세요. 예를 들어 "약관 동의를 받으면 되나요?"라고 물어보시지만, 실제로는 "약관으로는 부족한 거 아닐까요? 계약서 형태여야 안전한 거 아닌가요?" 혹은 "사실 약관 동의조차도 없으면 좋겠는데..." 이런 진짜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 뒤에 진짜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본질을 짚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고, 본질적인 고민을 꺼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선'은 특정한 전문 영역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형사 전문, 이혼 전문처럼 타이틀을 걸면 마케팅에도 유리하고, 비슷한 사건을 계속 다루게 되니 더 효율적일 수는 있겠지만 전문 분야밖에 모르는 건 어떻게 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역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떤 이슈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거든요. 법조 영역에서 물론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택스 이슈가 있을 것 같은데?' '공정거래 이슈가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 정도만 들더라도 공부를 해서 파악해 보면 되거든요. 반면 그런 이슈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모르면 완전히 빠뜨리게 돼요.
앞서 김앤장에서는 한 변호사가 여러 팀에 소속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 또한 같은 관점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성만 가져서는 안 되고, 두루두루 넓게 알아야 한다는 거죠. 최선의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 영역을 내세울 요건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다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가지고 계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엄청나게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다시 아주 큰 조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께서 구영한 변호사를 알게 되고, '이 사람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하는 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최선'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앞서 말씀드렸듯, 좋은 질문을 던져서 고객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문제를 정확히 짚어 드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론을 제시할 수 있는 로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에요.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단순히 효율만 추구하다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좁혀 업무의 질이 낮아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저희의 가치는 함께 일해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로펌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이건 A 이슈니까 우리가 잘합니다"라고 하지만, 실제 A 사건을 하다 보면 그 안에서 B나 C, D 같은 전혀 다른 문제가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보세요"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저희처럼 A부터 D까지 폭넓게 대화할 수 있는 팀과 일하면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희가 지향하는 '원스톱 서비스'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런 조언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 보신다면, 아마 "아, 이런 방식이 더 필요하고 더 좋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최선의 법률 서비스를 확인해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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