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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이 이끄는 커리어 여정 | 콴다 오동훈 법무팀장님과의 인터뷰
불확실성이 큰 시대의 커리어 여정과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2025년 4월 21일

사람들은 어디까지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꾸려갈 수 있을까요. LA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다라트를 만들어서 실천한 것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수많은 도전과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스스로를 깨달아 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사는 것이, 어쩌면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의 시기를 현명하게 나는 방법이 아닐까요.
국내 최대 로펌의 변호사에서 AI 교육 스타트업의 법무팀장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변호사님의 여정은 급변하는 시대에 전문가가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는지 보여줍니다. 법무팀을 단순히 '안된다'고 말하는 부서가 아닌,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로 만들어가는 팀장님의 이야기는 법조계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조직 내 전문가 역할의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삶은 성공적인 커리어와 개인적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오동훈 팀장님은 소속감과 일의 의미, 전문성과 다양성, 그리고 스트레스와 책임감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들려주셨습니다. 사내 변호사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소개를 넘어, 변화하는 세상에서 전문가로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콴다의 글로벌 사업을 든든히 받치는 법무팀
Q. 콴다라는 회사와, 법무팀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콴다라는 서비스로 잘 알려진 콴다 팀의 법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콴다 팀은 AI 기반 문제 풀이 검색 서비스인 콴다, 콴다 태블릿 앱을 통해 화상수업을 진행하는 '콴다과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여러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콴다의 법무팀은 지금은 저와 다른 변호사님 한 분, 2인 체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본사에 100명 정도의 직원이 있고, 약 800만 MAU 정도의 글로벌 서비스를 두 명의 변호사가 관리하다 보니 업무량이 많은 편이기는 합니다. 새로운 기능 추가, 결제 방식 변경, 약관, 전자상거래, 저작권, 개인정보 등 모든 것들이 각 국가에 맞게 맞춤화가 되어야 해서 품이 많이 들기는 하죠.
김앤장에서 스타트업으로: 변화라는 하나의 큰 줄기
Q. 김앤장을 포함하여 두 개의 로펌을 더 거쳐 콴다에 합류하시게 되셨습니다. 콴다에 합류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군법무관 시절에 어떤 직역을 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라는 주간지를 구독하며 블록체인, AI, 자율주행, 유전자편집 같은 기술 트렌드를 접했어요.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왔던 판사, 검사와 같은 직업을 택해 10-20년 정도 일하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변해 있을까? 내가 그 변화된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다른 조직에 비해 변화에 좀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로펌이었고, 그 중에서도 김앤장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을 통해서 당시 ‘핀테크’와 같은 새로 출현한 ‘기존의 규제’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의뢰인들이 느끼는 어려움들을 해결해 주는 것의 보람에 대해 듣게 되었어요.
김앤장에서 근무하면서 장점도 많고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김앤장은 매우 큰 조직이지만 또 매우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이기도 합니다. 연차 높은 변호사님의 의견대로 방향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의견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앤장 소속'이라는 소속감으로는 가질 수 없는, '의뢰인'의 일을 '대리인'으로서 하는 구조적 특성 속에서 '완전한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또래의 지인들이 설립한 청출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청출에서의 여정은 매우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과거에 비해 많이 힘들어진 법률시장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했어요.
법무법인 청출에서 근무 중일 때의 프로필 사진(좌)와 현재 일상 생활에서의 사진(우)
그러다가 김앤장에서 알고 지내던 선배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이 콴다 법무팀장으로서 제 전임자이신데요, 이 포지션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냐고 하셨죠. 그 당시 업무를 하며, ChatGPT를 꽤 쓰고 있었던 시절이었고, 청출 회사 홈페이지도 제가 ‘워드프레스’라는 툴을 공부해서 디자인도 바꿔보고, 새로운 기능도 추가해보는 등 한창 tech에도 관심이 많을 때였습니다. 콴다라는 곳이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음과 동시에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꼭 구성원이 되어 저 배를 함께 타보고 싶다는 강한 이끌림을 느껴서 오게 된 것 같네요.

전임자와 콴다에서 함께 찍은 스냅 사진, 조금 더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Q. 김앤장과 청출에서 맡으셨던 기업 법무에 대한 전문성이 콴다에서는 어떻게 도움이 되시나요?
태도의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지식의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고요. 콴다에서는 정말 다양한 영역에 대해 접하게 됩니다. 개인정보, 약관, 전자상거래, 학원법, 조세 등등 정말 많은 영역을 접하는 것이 콴다 업무의 특징입니다.
변호사라는 업무가 지식을 쌓고 나서 그 지식을 계속 써먹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론을 찾아나가는 훌륭한 방법을 체화해 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업무는 매 이슈, 케이스마다 항상 다르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으로 볼 때는 같은 질문인 것 같다고 해도 사실관계, 배경이 다르면 다른 질문이 될 수 있죠. 답도 달라질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매 이슈마다 처음부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관련 법령과 법리를 연구하고 지금 상황에 적용해 보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김앤장과 청출에서 그러한 ‘태도’, ‘방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콴다의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됩니다.
Q. 콴다 내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콴다’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보람이랄까, 장점에 대해 말씀드리면, 콴다는 정말 장점이 많고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에듀테크 회사라는 점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AI, LLM 등과 같은 기술을 매일매일 접하며 트렌드의 변화를 접하게 되죠. 회사가 내걸고 있는 ‘교육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여러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도 때로는 힘들고 어렵지만,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작년에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베트남 직원 분들이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느끼고 있는 자부심, 뿌듯함, 미래에 대한 열정 같은 것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때 전달받았던 에너지가 생각이 나네요. 아직은 제가 해외지사 출장을 못 가봤습니다만, 근시일 내에 꼭 해외지사에 출장을 가보고 싶습니다.
사내 변호사와 로펌 변호사: 차이점과 선택의 기준
Q. 로펌에서 사내 변호사로 오시면서 업무 환경이나 문화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모든 사내변호사가 동일하게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짚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경험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 중 중요한 것은, 질문 주신 대형 로펌과 사내 변호사라는 차이가 있고, 또 사내 변호사 중에서도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콴다의 사내 변호사라는 특성이 있어서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보편적으로 느낄만한 것은, 사내 변호사의 장점은 온전히 그 회사의 편에 서서 소속감을 느끼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의뢰인’과 ‘대리인’의 구조가 없어지고, 당사자로서 하나의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아주 가까이서 보면서 이 회사만을 위하여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회사가 속한 산업군이 본인이 관심이 많은 영역이라고 한다면 큰 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연속적으로 계속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펌 변호사일 때는 케이스별로 진행이 되다 보니, 간헐적으로 클라이언트가 변경되면서 특정 이슈, 가령 저의 경우에는 중재, 통상, 에너지 등 제 전문분야에 대해서만 답을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적의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는 지금 이 회사가 어떤 맥락에서 사업을 해왔고,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고 미래에는 어떤 업무를 추진할 계획인지 등 전반적인 배경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하는데, 시간이나 여러 한계로 인해 그 부분에서 ‘내가 과연 제대로 답을 드리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소속된 이후에는 온전히 이 회사의 정보를 알고, 고민하고, 연속선상에서 맥락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 스타트업이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특성이 있는데, 콴다는 평균 연령대가 굉장히 낮고 유연한 조직 환경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 역시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법무팀이 이런 것을 왜 해요?’라거나, 서로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제가 챙길게요'라는 것이 미덕인 분위기입니다. 이런 문화가 저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스타트업은 결정과 실행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 제 성향과도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Q. 사내 변호사와 로펌 변호사의 업무 스타일 차이를 운동선수에 비유해 주셨는데요, 조금 더 들어보아도 될까요?
사내 변호사와 로펌 변호사와의 가장 큰 차이는 전문성의 깊이와 범위에 있다고 봅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로펌 변호사는 코너킥이나 페널티킥 같은 특정 기술만 계속 연마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어요. 그 특정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나게 되죠. 반면 사내 변호사는 코너킥도 차고, 수비도 하고, 골키퍼도 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에 가깝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사내 변호사로 있다 보면 전문성에 갈증을 느낄 때가 있어요.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사내 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또한 법률가라는 느낌보다 회사원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좋아하면 사내 변호사가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지만, 정통 법률가로서의 길을 원한다면 다시 로펌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전문성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보니, 별도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려고 노력해요. 논문을 찾아보거나 주석서, 스타트업계에 대한 법적 규제 동향을 살펴보는 식으로요. 하지만 많은 법조인들이 말하듯, 글이나 서적만으로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실제 구체적인 케이스를 다뤄봐야 진짜 실력이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특별히 사내 변호사로서의 장점에 더 집중하려 합니다.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PG 업체들과 결제 관련 계약을 검토하면서 결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우고, 마케팅 계약을 다루면서 온라인 마케팅의 비즈니스 모델과 과금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지식 없이는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법률 외적인 부분에서도 계속 배우게 되는 것이죠.
Q. 역시 인생은 실전으로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법무팀장님이 보실 때는 어떤 사람에게 사내 변호사가 적합할까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고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한 분야에 깊이 몰입하기보다 여러 다른 분야를 넓게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내 변호사로서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콴다 같은 경우는 '이것만 하면 돼'라고 명확하게 정해진 업무 범위가 없어요. 이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다양한 비즈니스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법률 전문가로서도 여러 영역의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사내 변호사 역할이 매우 보람찰 것입니다.
한편 사내 변호사에서 로펌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전문성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깊이 있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사내 변호사 역할에서는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또 다른 이유는 회사 내 성장 가능성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로펌은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는 경로가 비교적 명확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그에 맞는 보상과 성장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기업에서는 법무팀의 규모가 제한적이고 승진 기회도 한정적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사내 변호사는 한 회사의 문화와 방향성에 더 많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 회사의 비전이나 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다시 로펌으로 돌아가 여러 회사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것이 더 맞다고 판단할 수도 있죠.
효과적인 팀 운영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Q. 스타트업의 법무팀장을 맡고 계신데, 지금은 스스로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로펌 변호사와 사내 변호사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로펌 변호사는 '법'적인 영역에 대해서만 고려하면 되지만, 사내 변호사는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회사 경영자의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죠. 특정 법적 이슈가 주어졌을 때, 대표님들이나 각 그룹장님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너무 엄격하게 법이론적인 관점에서만 답을 드리면, 현업에서는 좌절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법적 리스크가 우려되어도 단순히 '안됩니다'라는 결론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대안을 같이 고민하고, 최대한 '일이 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 특히 스타트업의 사내 변호사에게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예를 들어, 법적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이 방향으로는 어렵지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현업도 법무팀을 단순히 '일을 막는 부서'가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찾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됩니다.
저도 콴다에 처음 들어온 초기에는 회사의 조직과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들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높은 우선순위였습니다. 콴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 구체적인 서비스가 어떻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특정 법적 쟁점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관점을 고려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내리게 됩니다. 직접 콴다 앱을 깔고, 이것저것 써보기도 하고, 콴다과외에서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해서 파악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내 변호사라면, 법과 비즈니스 양면을 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필요한 것 같아요.
Q. 변호사시면서 동시에 법무팀장이시기도 한데, 팀장으로서는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가지고 계신가요?
최대한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문이 들어왔을 때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이 제시한 방향에 동의한다면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더라도 존중하려고 합니다. 구성원이 더 그립(grip)을 갖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명백히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될 때는 충분한 토론과 상의를 통해 함께 결정합니다.
콴다에서는 IM(Iteration Meeting)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팀원이 본인의 팀 리드와 정기적으로 업무 진행 상황, 컨디션 체크 등을 1:1로 논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특히 이슈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결론, 논리 등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합니다.
Q. 지금 포지션 중 하나가 비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같이 일하시는 분이 본다면, 콴다는 어떤 점이 좋고, 어떤 분이 적절한지 얘기해 주셔도 될까요?
콴다에서는 앞서 얘기했던 사내변호사로서의 강점을 발휘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많은 부서의 슬랙(메신저)의 채널들이 열려 있어서, 누구라도 들어가서 지금 이 팀에서 뭘 하고 있고, 뭘 의논하고 있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회사가 가겠구나라는 것에 대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법률 전문가로서도 다양한 영역과 로케일에 대한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면 콴다만큼 좋은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만큼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동아리 생활을 하는 느낌’을 받는데 보상도 주어지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이 전 세계,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너무 만족하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어요. 요약하면 적극성과 다방면에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분이 오신다면 정말 만족스럽게 업무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법무팀의 고객인 현업 부서에게 팁을 주자면, 효과적인 법적 검토 의뢰를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마치 AI에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것과 비슷해요. 최대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고, 의뢰하시는 입장에서 우려되는 지점들을 함께 공유해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법률 전문가가 보기에 문제가 되는 부분과 의뢰인이 걱정하는 부분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직관적으로 찝찝한 부분이 실제로 법률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계약서 검토를 예로 들면, 그냥 '이 계약서에 문제가 있는지 봐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법률가는 문구만 보고 검토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 계약은 이런 배경에서 체결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이 우려됩니다', '저희는 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같은 맥락을 알려주시면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계약 자체는 금액이 작고 상대방이 과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관계를 트는 게 중요해서 심각한 리스크만 없다면 진행했으면 합니다'와 같은 비즈니스적 판단도 알려주시면 더 적절한 검토가 가능해집니다.
스트레스 관리 - 적정 수준의 책임감 찾기
Q.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나 번아웃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분쟁 사건을 맡았을 때 특히 스트레스가 컸어요. 의뢰인의 상황에 너무 감정이입을 하면서 마치 제 일처럼 느끼게 되었거든요. 특히 형사 사건의 경우 결과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데, 내가 놓친 부분이나 실수로 의뢰인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부담감이 컸습니다.
저는 그 부담을 항상 과하게 느껴 왔던 편이었어서, 지금은 사내 변호사로서 그런 부담을 조금 의식적으로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요. 책임감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없으면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할 수 있지만, 과하면 결국 소진되고 말거든요.
저는 '누가 와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검토를 했다면, 그 뒤에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팀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최선의 결론을 도출했다면, 만약 결과가 나쁘게 되더라도 그건 내 탓이 아니라 누구라도 피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요.
Q. 그럼에도 여전히 콴다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런 부담감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맞아요. 여전히 제가 잘못 판단하면 회사에 큰 영향이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은 분쟁과 달리 더 넓은 맥락에서 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로펌에서 분쟁 사건을 맡을 때는 그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과에 따라 고객의 인생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반면 사내 변호사로서는 회사의 전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알고, 그 안에서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콴다에서는 의사결정을 혼자 하지 않고 팀으로 함께 내린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중요한 법적 이슈가 생기면 CEO나 다른 임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의견을 모아 최선의 결정을 내리죠. 이렇게 집단 지성을 활용하면 결정에 대한 부담감도 나눌 수 있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Q. 그러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팀 구성원들과 어떻게 협업하시나요?
팀 구성원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훨씬 외롭고 부담스러울 텐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요.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면 오류 가능성도 훨씬 낮아지죠.
때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는데 합리적이냐'라고 물어보면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어요. 적절한 자문을 구하고 공동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후배 법조인을 위한 조언
Q. 사내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지금 콴다의 변호사로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느낌이랄까요? 시즌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그런 상황입니다.
미래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법무를 벗어나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와서 일해보니 오히려 법률 영역에서의 흥미가 더 커졌습니다. 특히 회사 내에서 리걸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제가 고유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볼 수도 있고, 법무 영역을 넘어서는 제안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5년, 10년 후를 정확히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내게 기대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콴다의 IPO가 저희 모두의 중간 목표이지만,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Q. 만약 지금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20대가 본다면, 커리어를 위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법조계 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더 치열해졌어요. 변호사 4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여러분이 처음 법조인을 꿈꿨을 때 가졌던 기대—경험할 수 있는 것들, 받을 수 있는 보상—이런 것들을 대부분 내려놓아야 합니다. 오히려 기대치가 낮을수록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보상 측면에서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많은 장점을 가졌습니다. 공직은 명예를, 민간 부문에서는 경제적 보상을 누릴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약화되었어요.
대신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입니다. 정년이 없고,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설령 법원, 검찰처럼 평생 직장으로 볼 수 있는 곳에 가더라도, 그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차별화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어요. 따라서 '내가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변호사는 공부와 뗄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법리와 제도는 계속 변화하고, 그에 맞춰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해야 합니다. 법은 특정 현상을 규율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세상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없죠. 따라서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직업이 될 수 있지만,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솔직히 잘못 온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형 로펌에서는 '프랙티스'와 '산업군'으로 업무를 분류하는데,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된 분야를 찾으면 훨씬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자동차 회사의 사내 변호사나 자동차 관련 사건을 맡는 로펌 변호사가 되면 일이 더 즐겁겠죠. 제 경험에서도 그랬어요. 주류 회사 클라이언트를 맡았을 때, 캔을 흔들면 거품이 나는 원리까지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런 경험은 업무에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친구들 만나서 '나 이거 어떻게 되는지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재미죠.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시듯,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분야를 찾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깊이 고민한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법률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Q. 이제 막 법무팀에 합류한 후배 사내변호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매순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저도 '이거 내가 왜 해야 되지? 나랑 아무 상관 없고, 앞으로도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공부한 거 경험한 거 언젠가 다 쓸모가 있다'는 어른들 말씀이 정말 와닿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발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혹은 가끔 오게 되는데요, 결국 그런 기회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주로 다가오고, 그런 사람들이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사법연수원, 군법무관 혹은 김앤장을 다니던 시절에 제가 콴다와 같은 에듀테크 기업에 법무팀장으로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커리어의 전개도, 어떻게 살아야 만족하고 행복한지에 대해서도 결코 속단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매 순간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보면 만족과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